린신이 몸을 일으켰을 때, 이미 별채는 텅 비어 있었다.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그는 오한이 난다. 겨울이었고, 가는 눈이 바람에 흩날려 꽃비처럼 내리던 밤이었다. 맨발로 뛰어나간 린신의 눈앞에는 벌써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눈밭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갔을 그의 발자국도, 저쯤에는 보였어야 할 그의 그림자도. 린신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렇게 그를 영...
사흘 전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던 그 기차에는 이제 뉴욕에서 내릴 군인들만 남아 있었다. 차내는 덥고 조용했다. 웃고 떠드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공상에 잠긴 얼굴이었다. 전신주의 그림자 따위가 그 위를 훑고 지나갔다. 두 자리씩 차지한 채 코를 골고 있는 사내들의 얼굴 위로도 넓적한 구름 그림자 따위가 천천히 흘러갔다. “맙소사, 저 빌딩 좀 봐.”...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부터 달려왔다. 저녁 여섯 시, 겨울 해가 지고 파랗게 어두워진 221b베이커 가(街)로 진입한 사이렌 소리는 이곳 침실의 조그만 창과 저편 거실에 난 창을 차례로 지나쳐 아득히 사라졌다. 오랜만에 들으니 꽤 거슬리네. 셜록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침대 쪽으로 시선이 옮겨 간다. 정말 거슬리는 게 누워 있는 그의 침대 쪽으로....
존은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 도로에 선 차량들을 샅샅이 살폈지만 그가 찾는 차는 보이지 않았다. 안시아는 완전히 떠난 것이다. 해가 저무는 이른 저녁, 존은 길바닥에 들러붙은 피딱지 같은 낙엽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눈을 감아 버렸다. 암흑 같은 시야에 익숙한 얼굴이 하얗게 떠올랐다.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입꼬리가 희미한 인상의 얼굴. 마이크로프트·····...
결국 ‘그’의 걸음이 공원 앞에서 한 번은 멈추었다. 털빛이 고르지 않은 비둘기 십 수 마리가 공원 출입구 한편에 진을 치고 있었다. 다 식은 꼬브리치(Covrigi) 하나가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모양으로 그들 가운데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부리에 쪼인 빵이 다 그렇듯 그것도 무참하게 뜯겨 안팎으로 너덜거렸다. 초가을 오후 세 시의 태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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